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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사랑이 뭐라고.
  그깟 열망이 대체 뭐라고, 그런 것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나는 여기까지 왔나.
  과거의 추억이 부서지는 소리가 귀에 선했다. 그 날, 그의 팔에 제 손을 올리고 걸었던 왕성의 숲길.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던 햇빛. 반짝이는 백금색 머리칼을 찬탄하며 바라보던 그 날. 미약하게 호선을 그리는 그의 입술. 첫 사랑.
  피곤했다. 아팠다. 상처 입었다. 하지만 사랑한다. 사랑했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왕비의 입술이 달싹였다.
  “내가 졌어.”
  어째서 먼저 사랑한 인간은 늘 지는 걸까.
  왜 사랑하는 사람은 늘 약속된 것처럼 지는 편에 서버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