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병에 걸렸어 어제는 외래인 대기실에 앉아 꾸벅 졸다가 돌아왔고 내일은 알 수 없지만 모레도 마찬가지일 거야, 난 그저 19세기식 백과사전을 펼쳐놓고 물었던 것뿐인데, 선생님이 말해주었어, 얘, 그런 병은 없는 거고 그래서 모두 너를 미워하는 거야, 넌 내가 마스크를 한 채 모자를 눌러쓰고 지나가는 걸 본 적이 있지? 난 그저 너를 좋아하는 것뿐인데, 이제 난 말도 못하고 들을 수도 없어, 냉장고에 넣어둔 시계는 잘 돌아가고 있겠지 뱃속이 바람으로 가득차 멍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너 같은 거, 편의점에 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난 죽음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사는 소녀처럼 한 번도 대기실을 지나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미안, 이제 마지막 남은 오른쪽 눈마저 퇴화를 시작했어, 난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도 너에게 주지 못했는데, 정말 룩셈부르크병에 걸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