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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 소리가 들린다.
‘양산형 제작자’는 말했다. 어떤 설화는, ■■의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 끝난다고.

하지만 만약 이곳이 모든 이야기의 끝이라면.
어차피 여기서 죽을 것이라면, 나도 한 마디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유중혁.”

내 말에 유중혁의 움직임이 멎었다.

“알고 있겠지만, 나는 예언자가 아냐. 오히려 그런 것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지.”

동호대교에서 처음 싸웠던 그 날부터,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내 소개를 한 적이 없었다.
유중혁에게 나는 예언자였고, 정체 모를 놈이었다.

“나는 구원의 마왕도 아니고.”

[설화, ‘구원의 마왕’이 이야기를 멈춥니다.]

“왕이 없는 세계의 왕도 아냐.”

[설화, ‘왕이 없는 세계의 왕’이 이야기를 멈춥니다.]

하나씩, 설화들이 이야기를 멈췄다.
내 이야기를 제외한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내 이름은 김독자.”

등에 돋아났던 날개가 사라졌고, 부풀어 있던 근육이 줄어들었다.

“스물여덟······ 아니, 스물여덟 살이었고, 게임 회사의 직원이었어. 취미는 웹소설 읽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듯,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시시하지? 그냥, 이게 나야. ······유중혁, 너는 누구지?”

나에게 유중혁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혼자서 읽고 있었던 사람.

그러므로 나는 한 번도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유중혁의 입이 열렸다.

“나는 유중혁.”

천천히 움직인 유중혁의 칼날이, 나를 베었다.

“회귀자였던, 유중혁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 370화 | 싱숑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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