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당신 없어도 잘 살았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흐르고 복수를 다짐해도 시간은 흐릅니다. 단 몇 개월만의 추억에만 매달려서 평생을 망가뜨리면서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맑고 꽃이 넘쳐 나고 증오와 분노와 전쟁도 끊이지 않습니다. 좋은 음악과 훌륭한 책은 계속해서 나오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납니다. 친구들은 먼저 죽기도 하고 오래 옆에 있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계속 생깁니다. 천천히 늙어 가면 할 일이 참 많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선한 일이 일어납니다. 예상치도 못하게 누군가에게는 악의를 봅니다. 그리고 가끔은 기적을 봅니다. 폭풍이 봄비가 되고 전쟁은 멈추고 또 다음 세대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건 의미 있는 일입니다.
분명 당신도 꽤 좋아하게 될 겁니다.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결국은 아름다움을 봅니다.
…질투하겠군요.
그러게 다음에는 좀 오래 살아서 제게 복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보다 오래 살아서 제가 못 본 것을 자랑해야 좀 평등해질 텐데.
인생은 슬프게도 살 만한 것이라서.